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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조경/누정원림

봉심정을 떠올린다.

by 온숨 2023. 7. 31.

요즘은 일 마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예전에는 몰아치기가 장기여서 시작하려는 준비 기간이 길었다. 연필깎기 중이라 했다. 노는 게 아니라 시작 전에 매순간 그 일을 굴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순간 탄력 받아 긴 호흡 몰아쉬듯 어느새 마감의 의례를 치루고 있었다. 과거형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강의할 교재인 [시경으로 본 한국정원문화]를 세 달 가까이 원고와 교정을 마치고 편집본까지 마친 출판 직전의 상태이다. 그리고 다시 한 달 여 매달린 전문서를 넘겼다. 집필 대표라 집필 동료의 원고까지 챙기고 이끌고 기다려주느라 일요일 마감과 송고를 어쨌든 완료한다. 일단락 진다. 피드백을 기다리는 시간의 안온함에 든다. 기어코 근사한 술 한 잔 한다. 자작은 자축의 외형이다. 형식이 있으니 담긴 내용도 속뜻을 가진다.

바로 두 번째 평가 검토 일로 든다. 꾸역꾸역 긴장이 풀리다가 다시 그의 새로운 세계로 이끌려 든다. 어깨를 짓누르는 우주의 중력으로 고통스럽다. 화면을 재우고 선풍기를 있는대로 끄고 에어컨 소등한다. 거리에서 연신 깍지끼고 하늘로 손 올리며 중력에 눌린 몸을 비튼다. 다시 시작한 일에 속도가 붙는다.

붙을 때 대들어 마칠 참이다. 사실은 머리를 헤집고 순행하는 진짜배기 원고가 기승이다. 어찌 풀어낼 지를 꿰매고 있을 것이다. 일을 하는데 또 다른 일이 전체를 휘감아든다. 이것이 쓰고 싶은 일의 실체다. 여전히 봉심정을 다뤄야 하는 70년대의 출발에서 머뭇대고 있다. 하지만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다정한 일처럼 다가왔으나 살아온 간극이 크다. 같은 시대를 살았으면서도 차지한 영역이 너무 다르다. 그러나 살아온 방식에서 단서를 찾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