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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탐구/시경詩境-한국정원문화

서애 유성룡이 반한 운암의 풍광

by 온숨 2024. 1. 18.

 

파자형으로 흐르는  계류는 운암을 에워싼다.  

보통 에워싸는 것은 무언가를  감싸려는 의도가 있다.  에워싼다와 감싸는  것은 그렇게 상호 보완적이다.  운암을  중심으로  계류가  에워싸듯  흐른다.   계류가  파자형의  곡을 그으며  흐르는것은  지형학적으로 고저의  물길 따라  그저 흐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물가에  놓인  높은  암벽의  의젓함이다.  나를  감싸라 한 적  없건만 그대들이  나를  사모하여  내  곁을 따라  빙  돌면서  흐르지  않는가!  굷고 가는  자갈이   이를 증명한다. 내가 부르지 않았건만 수두룩하게 다가와서 이렇듯 즐비하게 진을 편성하여 더디게 발걸음을 옮기도록 하지않는가. 조금이라도 운암의 풍광을 자세히 바라보라는 장치이다. 발걸을 뗄 때마다 발목이 좌우 가리지 않고 접힌다. 마치 발목 삘 때 꺾이는 정확한 각도를 제공한다.

흐르는  계류는  운암만  바라볼 수 없다. 운암이야말로 흐르는 계류를 내려다 볼 수 있으니 어쩌면 위엄조차  서려 있다.  계류 건너  길 너머 마주  보이는 산에 세 개의 기암괴석군이 있어서 외롭지는  않다.  그들은  산줄기 끝에 낙차 큰  절벽을 만들어 스스로의 위엄을 이어간다.  하지만 운암은 계절마다 계류의 넘침과 부족함으로 쓸고 나가는  풍경의   기세가  다르다.  바람 세고  기운 차거운 날은 물보라의  높이만으로 길 건너 기암괴석군과는 판이하게  다른 풍경의 위엄을 지닌다.  어떤 날은 낮은 안개에 암벽을 가린 채 소나무만 평지  위에 태연하게  자라는  모습이고,  어떤 날은 구름 떠다니듯  하늘에 어리는 형국이다. 지상에 몸 담으면서  하늘이라는 거울에  자신을 온전히 담는다. 그러니 이곳에 머무는 동안은 나도 하늘 위에 딴 세상처럼 여겨진다. 신선이 별거이겠는가  싶어서 자꾸  고개 돌려 누구 나를 보고  있을까 를  되돌아   살피는  연유이다.

파자형 계류는 S자형 계류의 지형  흐름을 말한다. 예전에는 태극형이라고 즐겨 말한  그것이다. 그게  한문으로  巴字를 써서 물흐름을 상형화한 것이다.  태극형으로  부르면서  태극의 음과 양을 가져와 점차 복잡 다난한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여기서는  계류  곳곳에 휘몰아치며  흐르면서  쏟아지는  명랑한  물소리에  주목한다. 같지 않은  천연의   리듬으로 연주하듯 흐르는 몰소리는 마음을 정화시킨다. 세상의 고뇌를 씻는다. 그저 아무  생각이 들지 않게  이끈다.  속세를 말하는 진흙     먼지나  붉은곰팡이는 근접할  수 없는  명징함이  이곳 흐르는 물의  맑은 기상이다.  물소리만  청량한  게 아니라 흐르는  물의  기질은  맑아서  손이 닿으면 베일 것  같은 지극함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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