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탐구/시경詩境-한국정원문화24 신인합일의 조화로운 원림 미학 신인합일과 접화군생으로 다가서는 원림 미학 몸과 마음의 결연함 목도리 푼 목덜미로 부는 듯 마는 듯 살랑대는 바람은 제법 선선하면서도 언뜻 차다. 게으른 산행 출근길로 햇살은 35도의 각을 이루며 뜨는 중이다. 햇살은 막 켜진 전기스토브처럼 닿는 부위만 따사롭다. 이 시간을 걷는 이들은 한결같이 무표정이다. 심지어는 건널목 신호등 앞에 섰다가 녹색불이 들어와도 좌우로 고개를 둘러보지 않는다. 스윽 발걸음을 내딛는다. 마치 알 것은 이미 다 알았다는 결연함이다. 더 이상의 앎도 빛나는 재능도 넘치는 감각도 손사래 한다. 습관의 섭생적 반복 따사로운 햇살이 정수리와 얼굴을 감지한다. 잠시 따스함이 온몸을 한바퀴 돈다. 여기저기 뼈마디 에린 곳이 두두둑 소리 신호로 화답한다. 더 걷기 뻐근하면 쪼그린다. 협착.. 정원탐구/시경詩境-한국정원문화 2024. 2. 26. 판상절리와 수직절리가 만든 인격 - 단양 사인암 명승 단양 사인암 명승 – 판상절리와 수직절리가 만든 인격 사군산수(四郡山水)라는 버킷리스트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한 번 다녀와야 하는데….”를 연발하였다는 것이다. 영남이나 호남의 사대부에게 ‘사군산수(四郡山水)’ 또는 ‘사군강산(四郡江山)’은 더욱 특별하였다. 탐승지로서의 신비한 풍모를 보고 싶어 한시바삐 나서고 싶었던 곳이다. 사군(四郡)은 제천, 청풍, 단양, 영춘을 말한다. 서로 인접하여 대부분 암벽 산으로 이루어진 궁벽한 곳이어서 함부로 찾아들기도 쉽지 않았던 시절이다. 암벽 산 주변으로 남한강의 비경이 곳곳에서 넘실댄다. 암벽에서 뿜어 나오는 화기(火氣)를 강물의 수기(水氣)가 휘감아 품어 아늑한 풍광을 만든다. 기어코 퇴계 이황(李滉, 1501~1570)이 475년 전(1548, 명종 3), .. 정원탐구/시경詩境-한국정원문화 2024. 2. 18. 원림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착 달라붙는다 - 함안 무진정 원림 함안 무진정 원림 – 원림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착 달라붙는다 탐승의 기쁨은 상상이 구체가 되어 감흥이 도도해질 때이다 함안은 처음이다. 최근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말이산고분군’에 오르면 함안이 잘 보인다. 고분군이 분지를 이룬다. 말이산고분군에서 북쪽 남강을 향하면 함안의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지긋이 세상살이 속세의 곡진함을 내려볼 수 있다. 고분군 남쪽으로 함안 성산산성이 있는 ‘조남산’이 있고, 조남산에서 함안천쪽으로 ‘무진정원림(無盡亭苑林)’이 위치한다. ‘말이산고분군’의 중간 지점인 ‘함안박물관’에서 무진정 원림까지의 직선거리는 2.4㎞이다. 사실 ‘무기연당’ 답사에 ‘고려동 유적지’와 ‘말이산고분군’을 탐승지로 더하였을 뿐이다. 그 와중에 무진정 근처 국밥집을 들리자는 제안은 있.. 정원탐구/시경詩境-한국정원문화 2024. 1. 28. 서애 유성룡이 반한 운암의 풍광 파자형으로 흐르는 계류는 운암을 에워싼다. 보통 에워싸는 것은 무언가를 감싸려는 의도가 있다. 에워싼다와 감싸는 것은 그렇게 상호 보완적이다. 운암을 중심으로 계류가 에워싸듯 흐른다. 계류가 파자형의 곡을 그으며 흐르는것은 지형학적으로 고저의 물길 따라 그저 흐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물가에 놓인 높은 암벽의 의젓함이다. 나를 감싸라 한 적 없건만 그대들이 나를 사모하여 내 곁을 따라 빙 돌면서 흐르지 않는가! 굷고 가는 자갈이 이를 증명한다. 내가 부르지 않았건만 수두룩하게 다가와서 이렇듯 즐비하게 진을 편성하여 더디게 발걸음을 옮기도록 하지않는가. 조금이라도 운암의 풍광을 자세히 바라보라는 장치이다. 발걸을 뗄 때마다 발목이 좌우 가리지 않고 접힌다. 마치 발목 삘 때 꺾이는 정확한 각도를.. 정원탐구/시경詩境-한국정원문화 2024. 1. 18. 『한중명승도첩』에 소개된 동아시아 최고의 풍광 - 보령 영보정 배롱나무 꽃더미 속에서 피어나는 영보정의 단아한 자태 바람이 분다. 성급하게 가을을 힐끗 본다. 최기운 화백과 영보정(永保亭)을 찾았다. 최 화백은 최근 보령(保寧)을 주제로 연작화를 그린다. 어느 날 카톡으로 안부차 날아온 그림은 한 번에 나를 사로잡았다. 보령의 영보정이었다. 영보정으로 생각의 향방이 갈렸다. 나팔꽃처럼 길게 늘어져 얽힌 답사 대상지의 선정이 죽비처럼 단호해졌다. 영보정은 그림으로 살며시 다가왔으나 당장 떠날 채비를 할 정도로 이끌렸다. 답사 일정은 기왕이면 최기운 화백과 동행하고자 한 주를 더 기다렸다. 그렇게 나서면서 그와 보령에 대하여 좀 더 가까워진다. 영보정은 오천항에 위치한다. 충청수영성의 영내에서 정박한 배들이 가장 잘 보이는 으뜸의 장소이다. 오천은 자라 오(鰲) 자와 .. 정원탐구/시경詩境-한국정원문화 2024. 1. 14. 동복호 물결 일렁일 때 노 저어 송석정에 이르다. 송석정의 빼어난 풍광을 만난다. 내가 누정 답사를 다니면서 한국정원문화를 시의 경지로 들여다보는 ‘시경(詩境)’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후배가 있다. 어느 날 화순을 오시면 화순의 누정을 한 바퀴 안내하겠다 제안한다. 몇 번 다녀온 곳이긴 하나 훈훈한 온도를 감지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고’,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하라는 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끌렸다. 날을 잡고 지정된 장소에서 만나 한 차에 탑승하여 일정 시간에 맞춰 몇 군데를 들렸다. 주로 ‘화순적벽’ 일대를 돌았다. 화순적벽은 2017년에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물염적벽, 창랑적벽, 보산적벽, 장항적벽(노루목적벽)을 모두 통칭하여 화순적벽이라 일컫는다. 아무 때나 수시로 들어가 볼 수 없는 곳이 보산적벽과 장항적벽인데, 이곳은 화순군의 .. 정원탐구/시경詩境-한국정원문화 2024. 1. 10. 한국 정원 기행 입문 : 한국 정원 문화를 개괄하다. 한국정원문화의 개념 한국정원문화는 현재도 꾸준히 사랑받고 전통적인 가치를 잃지 않고 이어진다. 한국정원문화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조화롭게 조성된 공간으로, 사람들에게 평화로운 안정감을 준다. 한국정원문화는 주로 한옥 주택과 함께 조성되어 왔으며, 돌담, 연못, 나무, 꽃 등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로 성립한다. 이러한 정원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창조적인 손길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공간이다. 한국인들에게는 문화적인 정체성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중요한 장소로 각인된다. 현재의 한국정원문화는 전통적인 정원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요소를 접목시키며 진화한다. 도시 내 공원이나 랜드마크, 리조트 등에서도 한국정원의 영감을 받은 조경이 구현된다. 또한, 한국정원의 기법과 철학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전승하는 노력도 끊임.. 정원탐구/시경詩境-한국정원문화 2024. 1. 9. 비첩 심리와 의절한 공간의 밤새기 토론 원고 마감이라는 통과 의례에 기꺼이 든다 요즘은 일 마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예전에는 몰아치기가 장기여서 오히려 시작하려는 준비 시간이 길었다. 마음과 몸이 익어가는 시간이라고 여겼다. 아직 연필 깎는 중이라고도 했다. 노는 게 아니라 시작 전에 매 순간 그 일을 소환하고 동원한다. 그러면서 한순간 탄력 받아 긴 호흡 몰아쉬듯 어느새 마감의 통과 의례를 셈하고 있었다. 과거형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강의할 교재인 『시경(詩境)으로 본 한국정원문화(韓國庭苑文化)』를 세 달 가까이 원고와 교정을 마치고 편집본까지 마친 출판 직전의 상태이다. 그리고 다시 한 달 정도 매달린 전문 서적을 넘겼다. 집필 대표라 집필 동료의 원고까지 챙기며 이끌고 기다려주느라 일요일 마감과 송고를 어.. 정원탐구/시경詩境-한국정원문화 2023. 8. 1. 원림 경영과 원림조영의 쉐입 그래머(Shape Grammer) 『온형근의 「열린원림문화」 향유』 -08. 원림 경영과 원림조영의 쉐입 그래머(Shape Grammer) 원림을 경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고산 윤선도는 머무는 곳마다 '산수치'라 자평하며 도대체 고칠 수 없는 질병처럼 '원림 경영'을 실천하는 자신에게 놀란다. 은근 자랑하기를 좋아했다. 흥분하고 탄복하며 감탄과 경악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새 자기 스스로 못말리는 열정과 취향의 세계에 든 것임을 진단하고 이를 마땅히 '허허~거참' 하면서 받아들인다. 계를 받듯 내 안의 부름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거부하지 않고 그러함이라며 자연스러움으로 치환한다. 그게 고산을 조선 최고의 조경가로 태어나게 한 기운의 원천이다. 고산 원림 경영의 위대함은 고산이 추구한 행복의 가치인 매일매일 성찰하며 원림을 미음완보(微吟緩.. 정원탐구/시경詩境-한국정원문화 2022. 4. 16. 한국조경신문 『열린원림문화』향유 연재 목차 한국조경신문 『열린원림문화』향유 연재 목차 기사 (7건) [온형근의 열린원림문화] 시흥(詩興)으로 공간과 장소를 새김하는 토포필리아(Topophilia) | 2022-03-30 12:42 [온형근의 열린원림문화] 원림 리부트 - 단애취벽(丹厓翠壁)의 재발견 | 2022-03-17 09:30 [온형근의 열린원림문화] 도시의 원림을 꿈틀대게 하는 입춘의 일상 회복 가치와 치유 기반 | 2022-03-02 16:45 [온형근의 열린원림문화] 원림의 ‘닭울음소리’가 주는 정원문화콘텐츠로서의 가치 | 2022-02-16 14:26 [온형근의 열린원림문화] 신명으로 바라보는 풍광인 ‘어와’의 발견 | 2022-01-26 14:06 [온형근의 열린원림문화] 스틱과 등산화가 대신하는 ‘죽장망혜’ | 2022-01-12.. 정원탐구/시경詩境-한국정원문화 2022. 4. 8. 시흥(詩興)으로 공간과 장소를 새김하는 토포필리아(Topophilia) 『온형근의 「열린원림문화」 향유』 -07. 시흥(詩興)으로 공간과 장소를 새김하는 토포필리아(Topophilia) ‘살고자 함’은 「생의(生意)」로 집결된다. ‘어떤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음, 또는 그 마음’을 ‘생의’라고 한다. 산다는 것은 어떤 일을 하려는 마음이 남아 있다는 말과 대등하다. 가깝게 위치한 뒷동산과 이어지는 산림을 원림으로 삼아 곳곳에 의미를 각인하는 행위 또한 ‘생의’로 이어진다. 조경에서 물리적 장소성과 내용적 콘텐츠를 경유하는 것은 설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좋은 접근 방법이다. 이는 『열린원림문화』 향유의 실천 방식이기도 하다. 현실에 존재하는 원림 행위를 통하여 한국정원문화콘텐츠를 되살리는 일이다. 문화유산으로 전해지는 지극한 원림 문화를 오래된 미래로 받아들여 주체적 시민의 생.. 정원탐구/시경詩境-한국정원문화 2022. 4. 7. 원림 리부트 - 단애취벽(丹厓翠壁)의 재발견 『온형근의 「열린원림문화」 향유』 -06. 원림 리부트 - 단애취벽(丹厓翠壁)의 재발견 「원림 리부트」란 말을 사용하는 의미 「원림」이라는 용어는 중국에서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을 지칭하는 학문적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은 조원, 한국은 조경이라고 한다. 그러나 열린원림문화 향유에서의 「원림」은 중국의 원림이 아닌 문화유산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한국정원문화와 조경 유적의 본질을 소환한다. 한국정원문화콘텐츠를 어떻게 파악하고 반갑게 맞아 정성껏 대접하여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그런 면에서 ‘임천’이라는 말이 매우 적절하겠으나 이미 ○○○ 원림 등으로 문화유산 분야에서 호칭되고 있는 상황에 경의를 표하기로 한다. 어떤 집단에서 특정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 정원탐구/시경詩境-한국정원문화 2022. 4. 6.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