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緣茶事
차를 마신다. 의관을 정제하고 다가 앉아 호흡으로 의념意念한다. 차와 하나가 되는 순간을 만난다. '의관을 정제하고'란 말이 내 입에서 언어로 나온 적은 거의 없다. 마음을 모을 때 끄집어 내는 주문 같은거다. 내 옷차림이 간편 실용이다. 의관정제 근처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의관을 정제하고...'는 막후의 실력자다. 나의 이 말은 선친에게서 훈습되었다. 추측컨대, 매 순간 민원인을 대하던 마음자리였으리라. 나 역시 수업 시작 종이 울리면 자동반사처럼 의관정제 의식으로 학생을 맞이하였다. 말을 하거나 의사 소통 역시 의관정제가 앞서야 한다. 한번만 더 매무새를 쓰다듬듯이 매만져주면 된다. 안에 옹이와 부패와 공동이 있더라도 잘 다듬고 말리면 최고의 목재인 고재로 귀해진다. 의관정제 없이 던져지는 말들이 주변에 는다. 속에 있는 굳은살과 문란이 헛헛한 공허로 표현되는 속내가 아닐까 싶다. 의관을 정제한다.
-이천이십년 팔월 끝자락날, 月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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