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조경미학탐구

무엇이 그를 움직였을까

온숨 2020. 10. 28.

고산을 읽을수록 심정적으로 동질감에 이끌린다. 출처관과 은일의 교환가치는 거의 단추 하나 채우듯 거침없다. 나아가서는 이념의 순결함이 푸른 하늘처럼 맑고 투명하다. 사과 한 입 베어 물듯 성큼성큼 거리낌이 없다. 유배라도 맞아 물러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자연의 이법을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그려낸다. 노래하듯 읊는데서 더 나아간다. 조성하고 형상화하는 그대로 경영된다. 그의 음유와 공간의 탄생이 일목요연 헛됨이 없다. 일찌기 이토록 시가 공간에 옷을 입듯이 조율되어 나타난 적이 있을까 싶다.

그의 감성이 현현화되는 과정이 궁금하다. 조정에 나아가서는 이념으로 완벽한 순결주의자를 자처하는 실천력을 발휘한다. 그러다 물러날 때의 행보는 엄결할 정도록 자신의 내면의 깊은 비경을 머뭇댐 없이 주유하며 후벼낸다. 고산의 시선이 닿는 곳, 손길이 머무는 곳마다 외마디 탄성이 울려 퍼진다.

산과 산이 펼치고 오므리는 혈처를 지정하고 내와 내가 만나고 흐르는 행로를 따라 보를 막거나 넘치게 한다. 풍경의 가둠과 베품이 자재롭게 숙고된다. 들어올리면 진면목이 드러나고 덮으면 감취지는 풍광이 고선의 예지에서 꿈틀댄다. 그에게 두려움이란 주어진 현실에 스스로를 가두는 일이다. 고산의 사고는 실현 가능성을 현재화하려는 순결에 가까운 뜨거운 실천력에 놓였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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