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00 평면의 구성 평면 가득 널어 놓는 것과 수납 공간에 자리를 차지 하는 것의 차이는 무얼까. 평면에 잔뜩 펼쳐 놓고 나서 펼쳐진 선을 지우는 일, 남겨 두어 3차원으로 변하여 발 디딜 틈도 없도록 콩나물 기르듯 물을 붓고 있는 일, 뭐 그런 차이일 것이다. 발 디딜 틈이 없이 가득 찬다는 것은 분명 부유한 일이다. 없어서 텅 비어 있는 곤혹스러움은 여행에서나 느끼는 별미일 것이다. 일상을 공유하는 곳에서 평면에 선 하나 긋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게 어려운 일이다. 글쎄 손에 잡히는 대로 눈에 보이는 가장 가까운 공간으로 집어넣고 그때부터 잊고 만다. 그래도 빈 자리는 계속 꿈틀대며 자리를 채우고 있다. 빈 공간을 채워 나가는 증식의 순간을 놓친다. 비워야 한다고 하면서 자꾸 채워진다. 정신을 바로 세워 긴장하지 않는다.. 프로젝트/조경미학탐구 2017. 1. 8. 경쾌한 붙잡음 짐 정리하다 획득한 차마고도차, 바짝 마른 낙엽처럼 가볍다. 압착되었다가 풀려 나와 자유로운 잎새로 소소하게 담겨져 있다. 뜨거운 물로 우리면 다섯 번 정도까지는 차 기운이 고스란히 소주천을 이룬다. 비우고 버려내면 이처럼 날렵해질까. 눈으로 바라보던 낙엽의 가을이 한 잔의 차에 고원의 겨울이 서로 다독거린다. 아주 경쾌한 붙잡음이다. 프로젝트/조경미학탐구 2017. 1. 6. 왕벚나무 바싹 말라 가는 계절을 견디다 https://brunch.co.kr/@namuboss/3 프로젝트/정원수목도감 2015. 10. 20. 여름의 연한 노란색 꽃은 선비의 꽃_회화나무 “1989년, 이천” 기억에는 엊그제 같은데 따져보면 오래된 이야기다. 이천농업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다. 설봉중학교라는 신설 중학교가 만들어졌고, 그 학교 교감선생님이 학교의 교화와 교목을 선정하기 위하여 나를 찾았다. 나는 그때 자생식물연구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다. 임학 박사, 한의사, 스님, 그리고 몇몇 사람들과 옻나무 연구회도 함께 시작했다. 활동은 미미했으나 의식과 목표는 분명하였다. 사용되는 조경수목의 종류가 적은데도 다양한 자생수목을 조경수로 개발하여야 한다는 당위성만 앞서고 있는 실정이었다. 직접 수목의 종자를 채집하여 파종한 후,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 일의 실천에 나서야 했다. 그렇게 여기 저기, 이산 저산 계획을 세워 종자를 수집하여 씨를 뿌렸고, 재배 관리를 하던 때였다. 그 교감.. 프로젝트/정원수목도감 2015. 10. 15. 찰피나무 분분한 것들 청계산, 꼭 여기여야 만난다. 한 여름 청계산 산행이면 꼭 들리는 청계사, 어머님도 뵙고 찰피나무도 만난다. 처음 만난 듯 늘 새롭고 고개 쳐들고 숙이질 못한다. 벌들은 또 그리 왱왱대며 주위를 맴도는지 늘 기억 속에 찰피나무는 벌과 꽃이 함께 한다. 치악산 구룡사에서 귀한 찰피나무를 만난 적이 있다. 아직도 치악산 구룡사에는 그 찰피나무가 있을까? 2003년 대웅전 화재 이후 아직 가보지 않았으니 찰피나무가 그 모습 그대로 있지는 않을 것이다. 막상 찾아가서 그 나무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까봐 더욱 가는 것을 미루고 있었는지 모른다. 핑계처럼 머뭇대는 것도 삶이듯 여전히 가보고 싶으면서도 애태우며 번뇌를 키웠다. 그래서 어느 겨울, 답사 겸 찾았다. 대웅전을 들렸다 왼쪽 뒤편으로 오르다 보면 .. 프로젝트/정원수목도감 2015. 10. 14. 나무의 품위 나무의 품위 일찍 잠든 날이면 어김없이 걷기를 위해 집을 나선다. 부스스한 모습 그대로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여명이 좋아서일까. 언제부턴가 이 시간에 걷고 사유하는 내 모습을 아꼈다. 그러다가 세상이 훤하게 드러날 때쯤이면 바쁘게 집으로 돌아와 일상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주로 광교산 입구 호수 주변이다. 겨울철이면 거의 매일 걷는다. 계절이 바뀌면서 생활이 서로 다투는 상황에 오면 걷는 일이 준다. 다시 여름 지나 가을 문턱이 턱까지 차오르면 걷는다. 떠나지 않는 일감들 속에서 걷는 일이 가동된다. 그러면서 깊어지는 겨울을 시작으로 한결같아진다. 언제부터인지 광교 호수 주변에 멋진 데크 길이 만들어졌다. 시민들에게 데크 길 이름을 공모하기도 했지만, 그 이름이 불리어지진 않는다. 그래서 혼자 ‘버.. 프로젝트/정원수목도감 2015. 10. 11. 한여름의 연한 노란색 꽃비에게-회화나무 ■ 나무의 감성_19. 한여름의 연한 노란색 꽃비에게_회화나무 기억에는 엊그제 같은데 따져보면 오래된 이야기다. 이천농업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다. 설봉중학교라는 신설 중학교가 만들어졌고, 그 학교 교감선생님이 학교의 교화와 교목을 선정하기 위하여 나를 찾았다. 나는 그때 자생식물연구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다. 임학 전공자, 한의사, 스님, 그리고 몇몇 사람들과 옻나무 연구회도 함께 시작했다. 활동은 미미했으나 의식과 목표는 분명하였다. 사용되는 조경수목의 종류가 적은데도 다양한 자생수목을 조경수로 개발하여야 한다는 당위성만 앞서고 있는 실정이었다. 직접 수목의 종자를 채집하여 파종한 후,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 일의 실천에 나서야 했다. 그렇게 여기 저기, 이산 저산 계획을 세워 종자를 수집하여 씨를 .. 프로젝트/정원수목도감 2015. 10. 1. 나무, 感性을 입다 가을 숲길에 든다. 잎이 떨어지는 그 길로 나선다.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이 재촉한다. 9월을 이렇게 만만하게 맞이하고 보낼 수 없는 시점이다. 재촉하는 것이 있을 때, 일을 시작하여야 하고 마칠 수 있도록 강구하여야 한다.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또 다른 열정이 스며들어야 한다. 참 많은 결정들이 있었지만, 이 일을 마칠 때까지는 물러서지 않고 추스려야 한다. 나를 추스리는 일이 나무에게 다가가는 일이다. 더욱 더 나를 건드려 고요해지는 가을을 느끼고 겨울로 접어들어야 한다. 프로젝트/정원수목도감 2015. 9. 20. 이전 1 ··· 14 15 16 17 다음